정부가 ‘LH 직원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농지 취득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정부가 내놓은 ‘농지관리 개선방안’은 종합 투기 억제책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 목적의 농지 취득을 어렵게 하고, 불법 행위를 상시 감시할 뿐 아니라 양도세 부담 역시 무겁게 매기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한, 특히 양도세율이 많이 올라가는 내년 이전에 팔려는 매물이 늘어나 농지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농지 투자는 신중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강화되는 농지 규제
정부는 투기성 자금이 토지에 유입되지 않도록 가계의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전 금융권에 LTV 규제를 신설한다. 규모 1,000㎡나 5억원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투기 여부 판단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제출하게 한다면 단순 투자 목적의 농지 거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지 취득 자체도 까다로워진다. 비농업인이 예외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인정 사유(현재 16개)를 엄격히 제한한다. 가령 농업진흥지역 토지(과거 절대농지)는 도시민이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주말체험 영농 용도의 농지를 취득하려면 영농 거리 등을 포함하는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말농장도 이제는 소유보다는 임대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 것 같다.
비사업용 토지는 부재지주 소유의 농지나 임야, 나대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할 때 일반세율(6~45%)에서 10%p를 추가해 과세하고 있으나 내년 1월부터는 20%p 올라간다. 이에 따라 양도차익이 10억원 넘는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최고 71.5%에 달한다. 여기에 비사업용 토지는 그동안 혜택을 주던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자만큼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절세 매물이 연말까지 제법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경하든지 농지은행에 맡겨야
지난 1996년 1월 이래 농지를 사는 경우 자경(自耕)이 필수였다. 취득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대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밭에 고추와 배추를 심겠다고 기재하고 과실수를 심으면 위반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자경은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함을 말한다. 동네 주민이나 전 주인의 대리 경작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횡행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으면 대리 경작은 잘 적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도시 근교에 신규 취득한 농지 등 투기 우려 농지는 매년 1회 이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이용 실태 조사를 의무화한다. 또 농지 투기 행위에 대한 단속 실효성 제고를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도 도입하기로 했다. 농지를 불법으로 임대한 경우의 벌금형은 현행 1,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배로 강화했다. 농지를 보유하면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처분명령이 떨어지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어, 강제매각을 당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는 신속한 강제처분을 위해 현행 1년으로 정해진 처분의무기간 부여 없이 즉시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강제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분명령 미이행 시 매년 부과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 산출기준(토지가액)은 현재 공시지가 기준에서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중 높은 가격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부과 수준은 매년 토지가액의 20%에서 25%로 상향한다. 이런 불이익을 피하려면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농지은행은 직접 농사 짓기 어려운 사람의 농지를 위탁받아 자경할 농업인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지은행에 8년 이상 위탁하면 부재지주라도 일반 양도세율에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농지를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공부상 지목에 관계없이 실제 경작에 이용되는 사실상 농지 경우만 위탁할 수 있다. 도시 지역, 개발 예정지, 1,000㎡ 미만 소규모 농지 등은 위탁 불가라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토지 투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먼 미래 개발 가능성만 보고 사람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토지의 활용도는 도시 지역에 가까울수록,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 땅을 사더라도 도심이 좋다. 최고의 땅은 젊은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곳, 다시 말해 젊은 층 중심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땅을 살 때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 목적은 바로 가격 상승보다는 이용 측면의 가치다. 좀 더 쉽게 말해 건물 지을 땅을 사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땅을 살 때는 합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땅에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짓는다면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이 얼마인지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교외에 땅을 사더라도 판단 기준은 건물 신축이다. 잘만 활용하면 임대수익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노후에는 특히 그러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교외의 토지는 부를 이루는 부동산(富動産)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짐만 되는 부동산(負動産)이 될 수 있다.
요즘 토지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로의 변화다. 수도권의 한 토지 전문 중개업자는 “10년 전만 해도 투자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20%로 줄고 실수요가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묻어두기식 투자는 과거 토지 투자 패러다임으로 요즘과 맞지 않는다. 비환금성이 강한 토지는 한번 사면 자금이 잠길 가능성이 높고 양도세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신도시 땅 투기 사건으로 마치 땅 대박 신화가 부활하는 것처럼 일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묻지 마 교외 지역 땅 투자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의 메가트렌드를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축은 교외보다는 도심이다. 도심 공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는 것과 맥락이 상통한다. 도심 아파트 키즈들은 교외 논밭이나 임야는 낯설어 투자를 꺼린다. 도심 공간에 대한 친숙도가 높다.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도심 역세권 아파트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땅 투기 사건의 LH 직원들도 30대보다는 50대가 주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베이비부머가 노후 준비를 위해 사놓은 수도권 일대 전원주택 부지가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땅 투자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는 토지 전문가가 별로 없을까 싶을 정도다.
▶ KB골든라이프X 연관 기사 보기
▶ KB골든라이프X 부동산 전문가 상담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