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개인 투자자 전성시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규 주식 거래 활동 계좌는 2017년 160만 개, 2018년 223만 개, 2019년 293만 개에서 지난해 723만 개로 급증해 총 주식 거래 활동 계좌가 3,600만 개를 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2,820만 명보다 많은 것으로, 주식 투자 인구가 경제활동 인구보다 많아진 시대가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끈 투자 주체가 개인 투자자였음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각각 25조원, 24조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48조원을 순매수해 증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젊은 층의 주식시장 참여도 눈에 띈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2030세대가 지난해 신규 주식 거래활동 계좌 증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개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전문적이고 어려운 단어가 대부분인 증시 용어 사이에 ‘주린이, 곱버스, 삼천피, 영끌’ 등 신조어가 등장했다.
또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중소형주 위주로 개별 종목에 투자한다는 기존의 선입견과 달리 지난해 개인 투자자는 시가총액 상위 대표 종목을 집중 공략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지난해 개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 2위 현대차, 3위 네이버). 기관과 외국인의 자금력에 압도되어 틈새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던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의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나아가 개인 투자자는 국내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로도 영역을 넓혔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주식 개인 투자자에 빗대어,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 애플, 아마존 같은 해외 대표 성장주를 매수했다.
개인 투자자 급부상 배경
필자가 생각하는 개인 투자자 부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와 주식시장 구조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여러 스타 기업이 탄생했다.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인터넷 관련 기업이 국내외 주식시장을 주도하면서 이들 대표 기업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일반인도 그 기업에 친숙해졌고, 심지어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전례 없이 풍부해진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투자자로 하여금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현실에 둔감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줬다.
셋째,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의 주식 투자 문턱이 낮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일반 투자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문가에 못지않게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주식을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넷째, 심리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지금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즉 포모(Fears of Missing Out, FOMO) 현상도 심리적 측면에서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 급성장으로 인한
주식시장 시사점
개인 투자자 급성장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긍정적 측면으로는, 먼저 개인 투자자의 부상은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졌고,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경제의 기초 체력과 기업의 장기 전망에 대한 믿음 없이 단순히 유동성 효과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개인의 주식시장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그동안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앞선 기관과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주식시장이 개인 투자의 영향력 확대를 계기로 보다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점도 꼽고 싶다.
필자는 이것을 투자 대중화 또는 주식 민주주의라 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일반 투자자의 증시 참여 확대는 증시 저변을 넓혀 장기적으로 증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급부상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주식 거래 활동 계좌가 723만 개나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산술적으로 2022년 말에는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가 우리나라 인구 5,100만 명과 거의 같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현재의 주식 투자 열기는 분명 과열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쉼 없는 주가 상승은 과열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개인 매수세가 일부 스타 종목으로 집중되면서 종목 간 쏠림, 편중이 크다는 점도 유의할 사항이다. 10년 전 ‘차화정’ 열풍이나 5년 전 ‘코스닥 바이오’ 열풍의 경험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자산관리 시사점
개인의 주식 투자 활성화는 우리나라 가계가 고질적인 현금과 부동산 의존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젊은 층이 주식시장에 참여한다는 점은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빚투(빚으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투자는 가계의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게 된다. 건전한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전문가들이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것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투자 대상이 일부 종목(상품)으로 집중되면, 예상과 달리 해당 종목(상품)이 약세를 보일 경우 내 자산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투자한 주식이나 관련 투자 상품의 가격이 기대와 달리 급락세로 돌아선다면 어느 정도까지 하락할 수 있는지 과거 사례 등을 통해 미리 가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일반 원칙만 지킨다면 성공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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