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몸이 늙듯 언어도 늙는다. 대화 도중 다음 할 말을 잊거나 알던 단어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인 언어 노화 시그널. 잘 관리된 사람이 젊어 보이듯 ‘언어 나이’도 실제보다 더 젊게 유지할 수 있다. 언어 노화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징후와 젊은 언어력(力)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몸처럼 언어도 늙는다니!
언어 능력은 뇌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활 속에서 접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성에 이르기까지, 뇌는 인간의 전반적인 언어 수행 능력을 관할한다. 문제는 뇌도 늙는다는 것이다. 뇌의 노화는 컴퓨터로 비유가 가능하다. 저장 용량이 작은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디스크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문서를 저장할 수 없습니다’이라는 경고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우리 뇌도 나이가 들면 컴퓨터의 디스크 공간에 해당하는 ‘작업기억 용량’이 줄어드는데, 이는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타인과 대화 상황을 떠올려보자.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가 생성되지 않는가. 대화가 막힘없이 진행되려면 상대의 말을 듣고 뇌 속에 잠시 그 내용을 저장했다가, 무슨 의미인지 재빨리 이해한 뒤 이에 알맞게 대꾸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탁구공 주고받듯 ‘핑퐁’이 오고 가는 원활한 대화 능력. 이것이 뇌의 작업기억 용량에 달렸다. 뇌의 노화로 뇌의 작업기억 용량이 줄어든다면?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저장할 임시 저장 장치 용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니 당연히 질문이나 대화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고, 맥락에 맞는 말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터. 끊임없이 버퍼링에 걸리는 휴대폰처럼 나의 언어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뭐더라” 언어 노화 시그널
*출처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이미숙 저)
●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자주 헤매고,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느낀다.
● 당연히 알고 있는, 너무나 쉽고 익숙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한 적이 많다.
● 할 일이나 약속을 깜빡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로 인해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 대화 시 다음 할 말을 잊거나 너무 장황해져서 상대방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 상대가 말한 뒤 바로 받아치기 어렵거나, 말이나 글의 이해가 더디다.
언어 능력을 젊게 유지하려면?
잘 관리해 신체 노화를 늦추듯, 언어 능력도 나이보다 젊게 유지할 수 있다. 언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의 작업기억 용량 늘리기’. 간단한 테스트와 게임으로 단련하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다.
자유롭게 숫자나 단어 목록을 만든 후 이를 순서대로 몇 개나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자신의 현재 작업기억 용량을 측정해 본다. 예를 들어 ‘87513’ 숫자를 정해두고, 다섯 자리 숫자까지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여기에 기준을 두고 자릿수를 늘려가거나 거꾸로 말해보는 식으로 연습해나가면 된다. 동물·식물·음식 등 특정 그림이나 사진을 이용해도 좋다. 여러 종류의 동물 그림을 늘어놓고 하나를 뺀 뒤 무엇이 빠졌는지 맞혀보는 식이다. 책이나 드라마의 줄거리를 쭉 다시 말해보는 방법도 좋다. 이런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 용량을 늘리면 언어 능력은 물론이고, 문제해결력, 표현력, 추론 및 학습 능력까지 더불어 향상된다고 하니 운동 삼아 매일 실천해도 좋겠다.
젊은 언어력과 치매 예방까지! ‘인지 보존 능력’ 키우기
노화로 인한 변화나 손상에 대비해 인지력을 보존·비축해두는 것을 가리켜 ‘인지 보존 능력’이라고 한다. 노화로 인해 느슨해진 뇌의 연결망을 보완해 언어와 인지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 능력의 핵심이다. 이러한 인지 보존 능력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된다. 사회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타인과 얼마나 소통하고 교감하는가,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등이 그것. 뇌를 자극하는 활동 부분에서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상보다 새롭고 낯선 경험이 인지 보존 능력을 키우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장년의 언어력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있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이미숙 교수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매일 루틴을 제안한다. ①한 달에 2권씩 책 읽고 요약하기 ②일주일에 2번 일기 쓰기 ③마음에 드는 외국어 문장 일주일에 2개씩 필사하기 ④한 달에 2가지씩 내 생애 최초로 해보는 일 도전하기 등이 그것. 어렵지 않은 목표지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여기에 더해 낯선 장르의 소설 읽어보기, 색다른 레시피로 요리해 보기, 악기 배워 연주하기 등도 이 교수가 추천하는 활동. 이러한 활동들의 공통점은 언어 능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거나, 레시피나 악보를 읽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언어력을 키울 수 있으니 되도록 많은 활동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주름 만든다? 의외의 미세먼지 질환 KB골든라이프X 연관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