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는 동안 입으로 숨 쉬는, 이른바 ‘구강 호흡’을 막기 위함이다. 코로 숨을 쉬게 해 면역력을 높이고, 구취 방지와 숙면까지 돕는다고 알려진 구강 테이프. 소문만큼 효과적인 건강 아이템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구강 호흡’이 불러온 다양한 질병들
구강질환부터 각종 면역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어요
잘 때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들이 있다. 입을 벌리고 잔다는 것은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한다는 의미. 말 그대로 ‘구강 호흡’을 한다는 신호다. 입 벌리고 자는 일이 뭐가 대수인가 싶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이 건조해지는데, 타액의 분비량이 줄어들면 세균의 양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구취를 동반한 잇몸병이 발생할 수 있고, 충치, 편도결석 등 각종 구강질환에 그대로 노출된다.
구강 호흡은 몸의 면역 기능도 떨어뜨린다. 코로 호흡하는 비강 호흡을 하면 코안의 점막과 코털 등이 세균과 유해 물질을 1차로 걸러내지만, 구강 호흡을 하면 방어막 없이 각종 세균들이 바로 우리 몸 안에 들어온다. 유해 물질이 체내로 바로 들어오니 면역력이 떨어지고 편도염이나 인후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년기에 구강 호흡이 지속되면 하악골과 혀 위치가 바뀌는데, 치아와 턱이 평형 상태를 이루지 못해 아래턱이 들어가고 얼굴이 길어지는 등 얼굴 변형이 일어난다고.
#기억력과 수면의 질도 떨어트리는 ‘구강 호흡’
믿기 어렵겠지만 구강 호흡은 기억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임상신경과학과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강 호흡을 할 경우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기억 공고화에 구강 호흡이 영향을 미쳐 기억력을 낮춘다고. 구강 호흡은 수면의 질도 떨어트린다. 코로 숨을 쉬면 산소포화도가 높아지는 반면 입으로 호흡하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진다고. 자연히 전체적인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 나는 코로 숨을 쉴까, 입으로 숨을 쉴까?
내가 비강 호흡을 하는지, 구강 호흡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 증상에 주목해 보자.
▲잘 때 코를 골고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입술이 자주 말라 있고 ▲수면 중 자주 화장실에 간다 ▲피부가 거칠고 ▲아토피나 천식 또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 ▲이를 갈거나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위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구강 호흡을 의심해 봐야 한다.
구강 호흡을 방지해 주는 ‘구강 테이프’
비염과 코골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어요
‘입막음 테이프’라고도 불리는 ‘구강 테이프’는 잠잘 때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입술에 붙이는 테이프를 말한다. 테이프라는 물리 장치를 이용해 구강 호흡을 차단하는 것. 구강 테이프의 효과는 꽤 좋다. 구강 호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들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구강 호흡으로 인해 심해지는 비염과 코골이 증상도 제법 좋아진다고.
처음 사용한다면 가로보다는 세로로, 옆으로 누운 자세가 효과적
구강 테이프 사용법은 간단하다. 테이프를 입술에 가로 형태, 또는 세로 형태로 붙이면 된다. 가로로 붙일 경우 입 전체를 가려주기 때문에 구강 호흡을 원천 봉쇄할 수 있지만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함을 줄 수도 있다. 이에 처음엔 세로로 붙이다 적응이 됐을 때 가로 형태로 붙일 것을 권한다.
호흡과 관련한 제품이므로 사용 전 연습도 필수다. 코 호흡에 익숙해질 때까지 깨어있을 때 연습을 해보다 편안해지면 잠자리에 활용할 것. 다만, 수면 무호흡 환자와 같이 코를 이용한 호흡이 힘든 경우에는 구강 테이프가 오히려 호흡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테이프로 인해 알레르기 증상 등이 생길 수 있으니 사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권한다. 구강 테이프를 붙이고 잘 때는 원활한 호흡을 위해 천장을 보는 정자세가 아닌 옆으로 눕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니 참고할 것.
심한 비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피해요!
구강 테이프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수면 전문가 라즈 다스굽타 박사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이 구강 테이프를 사용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 패턴을 보이는데, 이때 빨리 입을 통해 공기가 들어와야 호흡이 유지된다고. 만약 구강 테이프를 사용해 입으로 들어와야 할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숨을 쉴 수 없어 수면 중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려했다.
비염과 호흡기 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경우에는 구강 테이프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이 경우 무작정 입을 막고 코로 호흡을 유도하면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다. 어린아이는 가급적 사용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 성인은 자는 도중 숨이 막히거나 답답함을 느끼면 무의식이라도 테이프를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영유아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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