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놓으면
겨우내 두고두고
먹기 좋은
묵나물에 대해.
정월대보름 음식,
묵나물
냉장고나 진공포장기 등 지금처럼 저장 및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계절에 따라 나는 산나물과 들나물,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 등을 말리는 것이 중요한 집안일 중 하나였다. 봄에는 고사리와 방풍나물, 여름에는 취나물과 곤드레나물,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무와 호박, 고춧잎, 고구마 줄기 등 종류도 다양했다. 잘 말린 나물은 고이 묵혔다가 먹거리가 나지 않는 추운 겨울에 꺼내 무치거나 볶아서 먹었다. 이처럼 묵혔다 먹는다고 해서 묵나물 또는 묵은 나물이라 부르며, 한자로는 진채(陣菜), 요즘에는 건나물이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묵나물은 정월대보름 시절식으로, 조선 후기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에는 “박나물, 버섯 등의 말린 것과 대두황권, 순무, 무 등을 묵혀둔다. 이것을 진채라 한다. 이것들을 반드시 이날 나물로 무쳐 먹는다. 대체로 외꼭지, 가지고지, 시래기 등도 모두 버리지 않고 말려두었다가 삶아서 먹는다. 이것들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오곡밥과 함께 묵나물 아홉 가지를 먹었는데, 한 자릿수 중 가장 큰 숫자인 ‘9’를 빌려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속설 중 하나로 전해진다.
저장 기간은 더 길게,
영양소는 더 많이
나물을 말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기간 저장하기 위해서다. 나물은 보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자칫 방심하면 금세 무르거나 상하기 때문이다. 나물을 말리면 나물 속 수분이 날아가면서 효소 작용 및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두고두고 오래 먹을 수 있다. 또 말리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농축돼 추운 겨울 몸속 열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를 비롯해 무기질, 미네랄 등 함량이 높아지며, 햇볕을 받아 생성된 비타민 D가 칼슘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에도 좋다. 이렇듯 영양이 풍부한 묵나물은 비만 및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건강식품이자 웰빙 식품으로 꼽힌다.
몸에 좋은
묵나물 9가지
1. 고구마 줄기고구마 줄기에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 효과가 좋다. 블루라이트를 흡수해 눈의 황반을 보호하는 루테인,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과 안토시아닌 등도 함유돼 있다. 말린 고구마 줄기는 시간을 들여 불리고 삶아야 질기지 않다.
2. 고사리영양소가 많아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고사리는 무기질 중 칼륨과 인이 풍부하다. 말린 고사리를 고를 때는 색이 너무 어둡지 않은지 살펴보고, 국산의 경우 줄기가 짧고 윗부분에 잎이 더 많으며 연한 갈색을 띠니 참고한다.
3. 고춧잎고추 열매를 거두기 전 부드럽고 여린 고춧잎을 따서 말린다. 볶음과 무침은 기본, 장아찌로 담가 먹어도 맛있다. 비타민 함량은 풋고추의 약 70배에 달하며, 체지방 감소를 돕는 카테킨 함량 또한 녹차보다 약 12배나 많다.
4. 곤드레식물성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곤드레는 보릿고개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먹었다. 베타카로틴 성분이 몸속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을 예방하고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며, 소화가 잘돼 속이 편안하다.
5. 무말랭이제철 무를 채 썰어 말린 것으로 꼬득꼬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고춧잎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해 무침으로 많이 만든다. 말린 무는 생무에 비해 칼슘 함량이 10배 가까이 증가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갱년기 또는 폐경기 여성에게 추천한다.
6. 방풍나물이름 그대로 ‘풍’을 예방한다는 뜻의 방풍나물은 각종 효능이 뛰어나 과거에는 주로 약재로 쓰였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해 감기에 좋으며, 미세먼지 또는 중금속의 배출 및 해독, 신경성 스트레스 완화, 염증 억제 등의 효능도 있다.
7. 시래기무청을 말려 만드는 시래기는 생선 조림이나 찌개, 된장국 등 요리에 두루 쓰인다. 겨울철 보약이라 부를 만큼 영양소도 많다. 무청의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포만감을 주어 비만을 예방하고, 변비와 동맥 경화에도 좋다.
8. 취나물말리면 특유의 쌉싸래한 맛에 구수함이 더해지는 취나물은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같은 양을 쟀을 때 비타민 A 함유량은 배추의 10배이며, 단백질을 비롯해 칼륨, 칼슘, 인, 철분 등이 포함된 알칼리성 식품이기도 하다.
9. 호박고지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것으로 호박오가리라고도 부른다. 부드럽게 씹히는 애호박과 달리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 더 달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기관지 점막 재생에 필요한 비타민 A, 감기 예방에 좋은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다음 편 예고] 묵나물,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말리는 방법부터 간단 레시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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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방법부터 간단 레시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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